님,

한여름 더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전 요즘 더위 때문인지 통 입맛이 없어요. 40년 넘게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합니다. 그래도 수박🍉, 자두🍒, 초당옥수수🌽 는 맛있더라고요. (입맛을 잃은 게 맞냐고요?🤣)

7월 찜통더위 한복판에서, 그럼에도 우리 힘내서 '이 여름 잘 지내보자'고 힘차게 외치며, 오늘의 편지 시작해 봅니다. ▶️

맞아요. 안 풀리는 시기일수록,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천하기란 참 어렵지만요. 😢

님, 이번 호 인터뷰 주인공은 바로 오케이키 멤버 설국👩🏻 님이에요. 오케이키 인스타그램(링크)에서 <설국의 난임일기>(링크)를 좋아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6년간 채취 20차+이식 10차를 경험한 난임 생활 고수인 설국님에게 궁금한 점이 많아 특별히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Q. 현재 난임 시술을 잠시 쉬고 계신 걸로 알아요.

네, 맞아요. 6년간 달리고 나니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저희 부부는 난임에 특별한 원인이 없어서인지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요. 

Q. 난임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20대에 결혼해 10년 넘게 딩크로 살았어요. 그러다 40세를 앞두고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으며 임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 의지로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더라고요. 그길로 바로 자임 시도를 하다가, 6개월 후 난임 검사를 받고,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라니!

Q. 돌아보면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맨 처음 임신해 아기 심장소리를 들은 날이요. 살아 있는 생명이 내 안에 있구나,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존재가 있구나 감격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빛깔의 세상이 열릴 거라는 설렘을 알게 되었어요. 잊히지 않는 순간이에요.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 만난 PGT 통배로 얻은 아이의 심장소리가 멈춘 날도 기억에 진하게 남아요. 평소엔 씩씩한 남편이 우는 모습을 보며 놀랐는데요. 오히려 그 순간 이렇게 자상한 남편을 닮은 아이를 꼭 만나고 싶다는 용기가 나더라고요.

Q. 질문하기 죄송하지만 혹시 지난 6년간 포기하고 싶었을 때는 없었나요? 난임 여정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뭘까요?

Q. 제가 곁에서 보면, 남편분이 설국님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 <설국의 난임일기>에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링크)

맞아요. 남편의 긍정적인 태도가 없었다면 많이 가라앉았을 거예요. 

이번에 편지를 쓰면서 우리 관계에 대해 더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단지 아이를 기다리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6년 동안 남편과 제가 이제야 '진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임신과 유산, 수많은 진료를 함께 겪으며, 우리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Q. 설국님을 처음 본 22년부터 최근까지, 요즘의 설국님이 가장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요. 특별한 변화가 있을까요?

저는 똑같은데.. (잠시 생각 후 💭) 혹시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그럴까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해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3개월 되었는데, 이제 적응을 했어요. 재밌어요.😁 저도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새로운 도전이 활기를 준 것 같네요.

난임 생활 시작하면서 휴직하고, 그게 퇴직으로 이어졌거든요. 그동안 제가 제자리에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엔 사수에게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고, 제가 적응 못하고 못 버티고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좋아요.

난임 생활이 인생의 비수기처럼 되버려서 의기소침해지더라고요.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도전을 못했는데, 오리려 새로운 자극과 활력이 필요했나 봐요.

Q. 마지막으로, 과거로 돌아가 시험관 1차를 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저차수나 이제 시작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긴 침묵 후) "너 혼자가 아니야.", "같은 이유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그러니 애써 강한 척도 하지 말고 뒤돌아서 혼자 가슴 치지 마."

난밍아웃을 한 이후 의외로 제 주변에도 난임으로 고생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사람들이 저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애틋해져요. 모든 사람이 난임을 겪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더라고요. 그러니 제발 쓸쓸해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가 아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