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갑자기 더워진 날씨 속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사실 지난달 뉴스레터를 보낼 때, 제가 미니 번아웃😶‍🌫️ 상태였어요. 할 일은 많고 집중은 안 되고, 잠도 쉽게 오지 않더라고요. 새벽까지 뉴스레터를 쓰면서  '이 편지를 누가 읽긴 할까?' 냉소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러다 인스타 DM으로 보내주신 답장을 보고 감동받아 조금 울고🥹, 번아웃을 극복했는데요. 11차 이식 실패로 울다가 뉴스레터를 읽고 12차에 도전할 힘이 난다고 하셨어요. 우리를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 구해주는 걸까요?

님, 이번 호 인터뷰 주인공은 바로 오케이키 멤버 뿡빵이👩🏻 님이에요.

난임 기간 중 유방암과 반복된 착상 실패를 딛고, 올 10월 출산을 앞두신 뿡빵이님. 한 달이 아까운 임준 시기에 유방암 치료로 무려 2년간 시험관 시술을 강제로 쉬어야 했고😢, 겨우 다시 시작한 시험관을 하면서는 착상 수치조차 보지 못해 답답한😩 시기를 겪으셨어요. 어려웠던 4년 간의 난임 기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한 마음에 뿡빵이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Q. 난임 시술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해주시겠어요?

2020년에 결혼하고 8개월 동안 자임을 시도했어요. 그러다 인공수정 1차 시도에서 자궁외임신이 되었고, 나팔관이 터지면서 응급수술을 받게 됐어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죠. 나팔관을 한 쪽을 떼내면서 시험관 시술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새벽 3시, 수술대 위에 누워있던 순간이 요즘도 가끔 떠올라요.

Q. 그 이후의 시간도 쉽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어떤 순간이라기보다는 2022년이라는 해 자체가 어두웠어요. 1월 나팔관 수술 직후 바로 과배란 시작하고, 3, 4, 5월에 했던 이식이 모두 비임신으로 3연패를 맞았는데, 거기에 더해 바로 유방암 진단을 받고 8월엔 유방암 수술까지 받았어요. 이런 일이 왜 한 해에 다 몰려오지?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사실, 수술보다 더 힘들었던 건 항암 판정을 받았을 때였어요. 수술에서 떼어낸 조직 검사 결과를 듣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교수님이 "결과가 안 좋습니다."라고 드라마 대사처럼 말씀하시며, 제가 35세 미만이라 재발의 위험이 높으니 항암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수술도 잘 되었는데 내가 왜 항암을 해야 하지? 싶었고, 무엇보다 그때 완전히 임신에 초집중하고 있었을 때라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교수님 앞에서는 담담하게 "네"라고 하고 나왔는데, 복도에 나가서 펑펑 울었어요. 

Q. 수술 후 항암하고 그 이후 2년 동안은 약물치료를 하신 거죠?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지내셨어요?

일단 생리를 안하니까 불안했어요. 나는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는데 친구들은 한 명씩 임신, 출산하는 걸 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수술+항암+방사선+약물 치료를 하면서, 아무리 난소를 보호한다고 해도, 혹시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졌을까 걱정도 많았어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유방암 환자 카페에 들어가서 저와 비슷한 케이스가 있는지 찾아보고, 약 먹으면서 쉬는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성격이 급해 기다리지 못하는 성향이라 그 시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보통 유방암 환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약 2년 정도 약을 복용한 후 임신하는 것을 권하는데, 저는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서 1년 만에 교수님께 가서 빌듯이 부탁드렸어요. 우기다시피 해 약을 끊었어요. 생리 돌아오는 게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다행히 4개월 만에 생리를 다시 시작했어요. 그때 정말 기뻤어요. 2년 만에 하는 생리! 생리가 그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어요.

Q. 다시 시험관 시도를 했을 때는 어땠나요?

바로 병원에 갔는데 내막이 얇아서 이식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두꺼워지질 않는대요. 설마 내 난소와 내막과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그때 정말 불안했어요.

다행히 생리를 두 번 더 하니까 내막이 두꺼워져서 이식을 했는데, 또 안 된 거예요. 이식만 네 번째였는데, 착상도 안 되니 타격이 세게 오더라고요. 보통 4~5번에 된다고 해서 이제 될 때가 되었다 기대했는데, 희망이 와장창 깨졌어요.

Q.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어떻게 다독이셨나요?

2022년부터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상담 선생님이 “왜 아이를 갖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 근본적인 질문 하나가 저를 많이 돌아보게 했어요.

아 참, 추천하고 싶은 게 있어요! 급한 성격이라 이식 후 피검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특히 힘들었는데요, 그때 오케이키 오픈 채팅방에서 수르야님이 추천해 주신 명화 그리기🎨 덕분에 기다리는 동안의 불안감이 훨씬 덜했어요. 컬러링북처럼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서 정말 강추 드려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폰만 보면서 검색의 늪에 빠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이식하고 정신적 안정을 얻어서 그런지 피검까지 시간이 금방 갔어요. (궁금하신 분을 위한 링크)

Q. 식단이나 운동도 열심히 하신 걸로 알아요. 

꾸준히 지속한 건 야채 찜이에요.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새송이버섯 등을 찐 다음 소금, 올리브유 살짝 뿌려서 먹었어요. 소고기도 구워서 같이 한 끼로 딱이더라고요. 아보카도+바나나+두유도 갈아서 종종 마셨고요.

운동은 계단 오르기가 제일 효과 있던 것 같아요. 혈액순환이 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골반 스트레칭도 자기 전에 대충이라도 하고 잤어요.

Q. 임신 차수 이야기도 해봐요. 무엇이 달랐나요?

아이러니하게 마지막 차수에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팝콘, 홈런볼, 탄산음료, 빵, 피자.. 아무거나 먹었어요. 🫢

원래 잘 안 움직이는 집순이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전 차수에는 착상 기간에는 원래 눕눕했는데, 마지막 차수에는 한강 산책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의도치 않게 활동량이 많았어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전 난저는 아니었지만 착상이 지독하게도 안되던 사람이었어요. 어쩌면 운이 좋지 않았던 시기가 계속됐던 것 같아요.

저와 같은 분들께 말하고 싶어요. '내려놓으면 된다’는 말을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는 저만의 ‘내려놓기’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또 실패하겠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고, 마음껏 먹자!’ 착상에 도움이 된다는 추어탕을 챙겨 먹고, 일찍 자고, 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옭아매며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냥 주사, 질정 등 병원에서 하라고 한거 외에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게 제 나름의 ‘내려놓기’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