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터뷰는 없고요. (놀라셨나요?)

이번 편지에선 제가 그동안 오케이키를 운영하며 있었던 일들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24년 9월 13일에 오케이키 홈페이지(링크) 첫 번째 가입자가 생기고 벌써 16개월이 지났어요. 그간 기쁘고 보람차고, 슬프고 아쉬웠던 순간들은 언제였는지, 제가 뭘 배운 시간이었는지, 커뮤니티는 현재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말해볼게요.

1️⃣ 기쁨 먼저 말해볼게요.

올해 7월 15일 아기상어님의 쌍둥이들이 스타트를 끊고, 지금까지 총 14명의 오케이키 베이비가 태어났어요. 아기들 모두 어찌나 귀여운지요. 요즘 제 기쁨 of 기쁨은 [오케이키 육아방]에 올라오는 아기들 사진이에요. 육아방 멤버들 모두 작년 이맘때는 난임병원 다니고 있었는데, 이제 몇 아기들은 100일도 지났어요. 아기상어님이 보내주신 아들램 뒤집기 하는 영상을 보면서, 지난 편지에서 지름님이 전한 말처럼 '결국 다 잘 된다'는 주문을 눈앞에서 현실로 확인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2️⃣ 슬픔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오케이키를 운영하는 이유도, 이 편지를 쓰는 이유도 좋은 일만 축하하자는 것은 아니니까 조심스럽게 꺼내볼게요. 

24년 11월 오픈채팅방에 오셨던 S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요. 옵챗방에 들어오자마자 자임 소식을 전해 모두의 큰 축하를 받았는데, 곧 자궁외임신으로 밝혀졌고, 야속하게도 그 다음 임신도 또 자궁외임신이 되고 말았어요. 5월에는 유산휴가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겪고, 8월에는 갑상선 양쪽에서 심상치 않은 혹이 발견되어 수술까지 결정했다가, 전문가 상담 끝에 일단 임신에 집중해보자는 의견을 듣고 9월 이식 후 다시 임신 소식을 전해주셨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아기집(!)도 보셨거든요. 정말 모두가 마음을 모아 응원했어요. 

그런데 10월 10일,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를 남기셨어요.

“저는 병합임신으로..자궁내 있던 것도 유산되고 자궁외는 막힌 난관에서 파열되어서 대학병원에서 급하게 수술받고 입원 중에 있어용. 착상은 되는데 늘 이런 식이니 ㅋㅋㅋㅋ 병합임신… 말로만 듣던 걸 제가 겪을 줄이야.”

메시지를 읽는데....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더라고요. 그저 S님이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조심스럽게 짐작만 해볼 뿐이었어요. 오케이키를 운영하며 기쁘고 벅찬 순간도 많았지만, 이 때는 제 일부가 부서진 것처럼 슬펐어요.

8️⃣ 개인적인 배움도 있었어요.

오케이키를 시작하기 전엔, 제가 난임 시술을 3년 넘게 받고, 유산이라는 상실도 겪기도 했으니, 다양한 정보도 사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케이키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알게 된 것은 내가 아는 것이 참 적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멤버들 이야기도 더 자주 깊이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또 하나, 시작이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난 16개월을 돌아보면 그저 시작을 위한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시작선에 선 느낌이거든요. 앞으로 새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보자는 게 지금 마음이에요.

최근에 이 문장을 듣고 머리를 띵하고 맞은 것 같았어요.

모든 종류의 여정이라는 것은 조난되지 않으려면요.

'두려움 관리'가 되게 중요하단 말이에요.

님은 죄책감, 자기탓 이런 데 에너지 얼마나 쓰시나요? 저는 기질적으로 겁도 많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스스로 에너지를 줄줄 세게 만들어요. 근데 두려워하는 데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조난될 지도 모른다니! 이제는 내 탓을 의식적으로 덜 해보려고요. 난임 시기에 이 말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눠봅니다.

지난 편지에도 많은 답장이 도착했어요. 몇 개만 소개해 볼게요👇

💬 지름님의 건강한 몸과 마음 관리 방법 감명 깊었어요. (by빨강노랑)
💬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부부가 한 팀이 된다는 게 꼭 당연한 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름님 부부가 단단해졌다는 표현이 참 기쁘게 들립니다. ❤️ (by밤박하)
💬 결국 다 잘 된다...저에게도 필요한 주문이었는데 감사합니다!!! (by포도)

보내주신 답장 모두 지름님에게 잘 전달했어요. 막 자궁경 시술을 마치고 동결 배아 이식을 준비하고 계신데 큰 힘이 된다고 하시더군요.